치매는 흔히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질환으로 오해되지만, 최근 의료·보건 분야에서는 이를 ‘오랜 시간 축적된 생활 방식의 결과’로 보는 시각이 점점 힘을 얻고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외 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치매 진단을 받은 환자 다수에게서 공통적으로 반복된 일상 습관들이 발견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우연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먼저 혼밥, 즉 혼자 식사하는 습관은 생각보다 뇌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식사는 영양 섭취 행위인 동시에 사회적 자극이 결합된 복합 활동입니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며 음식을 먹는 과정에서 언어 능력, 판단력,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동시에 활성화됩니다. 반면 혼자 조용히 식사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런 자극은 급격히 줄어들고, 사회적 고립감이 누적되면서 인지 기능 저하 속도가 빨라질 수 있습니다. 노년층에서 혼밥 비율이 높은 집단일수록 치매 발생률이 높다는 통계가 반복적으로 보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두 번째로 자주 언급되는 습관은 장시간 TV 시청입니다. TV를 보는 행위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멍하니’ 수동적으로 화면을 바라보는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지는 것이 위험 요소입니다. 뇌는 사용하지 않는 기능부터 서서히 퇴화하는 특성이 있는데, 수동적 시청은 생각하고 판단하는 전두엽 활동을 최소화합니다. 하루 몇 시간씩 TV 앞에 앉아 있는 생활이 수년간 반복될 경우, 뇌의 신경 연결망이 약화되고 기억력과 집중력이 눈에 띄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는 치매로 이어지는 전 단계인 경도 인지 장애의 주요 위험 요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난청 방치입니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상태를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치부하고 방치하면, 뇌는 점점 소리 정보를 처리하지 않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청각 정보를 담당하던 뇌 영역이 위축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다른 인지 기능에 과도한 부담이 가해집니다. 그 결과 기억력 저하와 판단력 약화가 동시에 진행되며, 정상 청력을 유지한 사람에 비해 치매 발병 위험이 몇 배 이상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다수 존재합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이런 위험 요인들이 대부분 ‘지금부터라도’ 바꿀 수 있는 습관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미 나이가 들었거나 가족력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치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혼자 식사하는 횟수를 줄이고 가벼운 대화라도 나누는 환경을 만들고, TV 시청 시간을 의식적으로 줄여 독서나 산책, 취미 활동으로 대체하는 것만으로도 뇌 자극은 크게 늘어납니다. 또한 청력 저하가 느껴진다면 조기에 검사와 보조 기구를 활용하는 것이 뇌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선택이 됩니다.
치매 예방은 특별한 약이나 극단적인 생활 변화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작은 선택들이 뇌를 늙게 만들기도 하고, 반대로 젊게 유지하기도 합니다. 오늘의 생활 습관을 점검하고 조금씩 방향을 바꾸는 것이야말로, 기억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