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많은 가입자들이 가장 혼란스러워하는 지점 중 하나가 바로 ‘손해사정사’의 역할입니다. 특히 보험사에서 직접 배정한 손해사정사가 과연 중립적인지, 아니면 보험사 입장을 대변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매우 자연스러운 질문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보험사에서 배정한 손해사정사는 제도적으로는 중립적인 전문가이지만, 실무적으로는 보험사 기준과 해석을 중심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습니다. 이 점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먼저 손해사정사의 법적 지위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손해사정사는 보험사나 보험계약자 어느 한쪽의 대리인이 아니라, 보험사고로 인해 발생한 손해액과 지급 사유를 객관적으로 산정하는 전문 자격자입니다. 법과 약관, 의학적 기준에 따라 장해율이나 손해 범위를 평가하도록 돼 있죠. 즉, 원칙적으로는 ‘편’을 들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구조적인 한계가 존재합니다. 보험사가 배정한 손해사정사는 보험사로부터 업무를 위임받고 보수를 지급받는 관계에 있습니다. 이 때문에 보험 약관 해석이나 장해율 적용 시, 보험사 내부 기준과 과거 지급 사례를 우선적으로 참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불법이라기보다 보험 실무의 관행에 가깝습니다. 결과적으로 가입자 입장에서는 “불리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판단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특히 질문자처럼 젊은 나이에 후유장해가 확정되는 사례는 보험금 규모가 커질 수 있고, 장해율 산정 방식(AMA, ADLs 적용 여부)에 따라 지급 금액 차이가 크게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현장심사에서 △관절 가동 범위 측정 △일상생활 제한 정도 △영구성 여부 판단이 핵심 쟁점이 됩니다. 이 판단이 어디까지 인정되느냐에 따라 보험금은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개인 손해사정사를 꼭 선임해야 할까요? 답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입니다.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기준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됩니다.
첫째, 장해 진단서가 명확하고 약관 적용이 단순한 경우라면 보험사 손해사정사를 통해서도 무리 없이 보험금이 지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10% 영구장해 진단을 받았고, 진단서에 객관적 수치(각도, 기능 제한)가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다면 우선 현장심사를 받아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둘째, 보험사가 장해율을 낮게 보거나 지급을 축소하려는 기미가 보일 경우, 또는 AMA와 ADLs 중 불리한 기준만 적용하려는 경우라면 그 시점에 독립 손해사정사 선임을 고려하는 것이 현실적인 전략입니다. 개인 손해사정사는 가입자 입장에서 약관 해석과 의학적 소견을 적극적으로 정리해 주고, 보험사와의 협의 과정에서도 방어 논리를 세워줍니다.
셋째, 비용 문제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개인 손해사정사는 무료가 아니며, 보통 보험금의 일정 비율 또는 정액 수수료를 받습니다. 다만 지급액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면 충분히 감수할 만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꼭 기억하셔야 할 점은 보험사 손해사정사를 무조건 불신할 필요는 없지만, 전적으로 맡겨두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현장심사에 임하실 때는 진단서, 수술 기록, 재활 치료 내역, 현재 불편 사항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정리해 두시고, 질문에는 사실 그대로 답변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심사 결과가 납득되지 않는다면, 그때는 주저하지 말고 독립 손해사정사나 보험 전문 변호사의 도움을 받으셔도 늦지 않습니다.
보험은 결국 약속된 계약입니다. 젊은 나이에 평생 남을 수 있는 후유장해를 겪으신 만큼, 감정적으로 위축되기보다는 정보를 알고 차분하게 대응하는 것이 가장 큰 무기가 됩니다. 보험금을 “더 받으려는 욕심”이 아니라, 받아야 할 권리를 제대로 받는 과정이라는 점을 잊지 않으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