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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예술

영화 만약에 우리(2025)를 보고 나니 마음이 계속 남네요. 단순한 멜로 영화라기보다는, 사랑을 대하는 태도 자체를 묻는 이야기처럼 느껴졌어요.

특히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보여주는 연출이나, 두 사람이 끝내 같은 선택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이 영화가 말하고 싶은 사랑의 핵심은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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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붙잡는 이야기 같지만, 사실은 놓아주는 연습

이 영화가 흥미로운 이유는 겉으로 보면 지극히 감성적인 연애 영화인데, 속을 들여다보면 굉장히 냉정한 질문을 던진다는 점이에요. ‘사랑은 끝까지 지켜야만 아름다운 걸까?’라는 질문 말이죠.

은호와 정원의 관계는 태풍이라는 우연에서 시작됩니다. 막혀버린 길, 어쩔 수 없이 함께한 시간, 그리고 바다를 향해 달리는 스쿠터. 여기까지만 보면 운명적인 만남 같죠. 하지만 영화는 그 운명을 미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순간에 빌었던 소원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두 사람을 옭아매는 주문처럼 변해버린다는 걸 조용히 보여줘요.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집’을 꿈꾼다는 설정도 인상적입니다. 집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함께 머물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죠. 처음엔 빨간 소파가 들어갈 만큼 여유가 있었지만, 현실이 쌓이면서 그 공간은 점점 줄어듭니다. 그럼에도 정원이 소파를 놓지 못하는 모습은, 이미 변해버린 관계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마음처럼 보입니다. 익숙함을 사랑으로 착각하는 순간이랄까요.

연출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색의 사용입니다. 과거는 선명한 색으로 가득 차 있지만, 현재는 흑백에 가깝게 표현되죠. 아이러니하게도 ‘만약에 우리가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이라고 되뇌는 현재가 오히려 색을 잃은 상태입니다. 반면, 은호가 게임의 엔딩처럼 관계를 내려놓는 순간, 주변에 다시 색이 돌아옵니다. 여기서 영화의 메시지는 꽤 분명해져요.

이 영화는 사랑을 실패로 규정하지 않습니다. 끝났다는 이유만으로 잘못된 관계라고 말하지도 않죠. 오히려 함께 있었던 시간, 서로에게 최선을 다했던 순간, 그리고 후회 없이 놓아주는 선택까지 모두 사랑의 일부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계속 붙잡고 있는 것이 꼭 책임은 아니라는 점도요.

그래서 만약에 우리는 보고 나면 묘하게 담담해집니다. 눈물 쏟게 만드는 장면은 많지 않은데, 대신 오래 생각하게 만들어요. 지금 내가 붙잡고 있는 감정은 사랑인지, 아니면 두려움인지 말이죠. 이 영화가 말하는 사랑은 뜨겁고 극적인 것이 아니라, 때로는 조용히 물러설 줄 아는 용기에 더 가깝습니다.

사랑이 늘 봄비처럼 시작되지만, 언젠가는 그칠 수도 있다는 사실. 그걸 인정하는 순간 비로소 다시 색을 되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 이 영화가 오래 남는 이유는 바로 그 지점에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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