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만 되면 유자차가 건강의 상징처럼 소환된다. 감기 예방, 피로 회복, 혈관 관리까지 한 잔에 담긴 서사는 화려하다. 문제는 컵 바닥에 가라앉은 성분표다. 유자 자체보다 꿀과 설탕이 먼저 목을 넘긴다. 이 간단한 사실은 대체로 말해지지 않는다.
유자는 비타민 C 함량이 높다. 레몬과의 비교 수치는 반복 인용된다. 신맛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유자청으로 가공되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당분이 급격히 늘어난다. 차라는 이름이 붙는 동안 당류 음료라는 본질은 흐려진다. 마시는 사람의 기대와 실제 섭취 성분 사이에 틈이 생긴다.
현장에서 만난 내과 전문의들은 이 지점을 가장 먼저 짚는다. 당뇨 전단계 환자에게 유자차는 조심스러운 선택지다. 따뜻하다는 이유로 하루 두세 잔을 권하는 장면은 낯설지 않다. 단맛의 누적은 체온보다 혈당에 먼저 반응한다.
업계 관계자는 말을 아꼈다. “유자청은 보존과 맛을 위해 당이 필요하다.” 사실이다. 다만 필요와 과잉의 경계는 판매 문구에서 지워진다. 저렴한 가격, 손쉬운 보관, 향의 매력은 강조된다. 섭취량 관리라는 단서는 소비자 몫으로 밀린다.
유자의 효능 목록은 늘어난다. 빈혈, 피부, 신경통, 다이어트까지 이어진다. 각 항목의 근거는 성분 중심이다. 실제 효과는 개인차와 섭취 맥락에 좌우된다. 차가운 성질로 인한 복통 가능성은 말미에 작게 적힌다. 주의는 항상 마지막에 온다.
보관법 역시 흥미롭다. 금속 용기를 피하라는 조언은 정확하다. 비타민 C의 산화 특성 때문이다. 이 세심함이 당류 경고로 이어지지 않는 점이 아쉽다. 과학적 설명은 선택적으로 호출된다.
유자차는 나쁜 음료가 아니다. 문제는 이미지다. 건강이라는 단어가 붙는 순간 판단은 느슨해진다. 겨울밤의 위안과 영양 관리의 구분이 흐려질 때, 책임은 누구에게 남는가. 따뜻함 뒤에 남는 수치는 결국 개인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