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일을 앞두고 괜히 딴짓이 늘어나는 현상은 흔히 ‘의지 부족’으로 오해되지만, 심리학적으로는 꽤 명확한 이유가 있다.
심리상담 전문가 김OO 박사는 “이 현상은 게으름이 아니라 불안 회피 행동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시험, 평가, 마감처럼 결과가 중요한 상황에서는 실패에 대한 불안이 커집니다. 뇌는 이 불안을 위협으로 인식하고, 즉각적인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행동으로 도망가게 만들죠.”
실제로 인간의 뇌는 ‘중요하지만 불확실한 보상’보다 ‘작지만 확실한 보상’을 더 선호한다. SNS 스크롤, 간단한 정리, 영상 시청 같은 행동은 짧은 시간 안에 성취감이나 안정감을 주기 때문에 뇌가 자연스럽게 그쪽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원인은 완벽주의다.
김 박사는 “해야 할 일의 기준이 지나치게 높을수록 시작 자체가 어려워진다”며 “완벽하게 못 할 바엔 아예 안 하는 쪽을 무의식적으로 택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해결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의지를 키우려 애쓰기’보다 일을 쪼개는 방식을 추천한다.
“‘보고서 완성’이 아니라 ‘문서 열기’, ‘제목 쓰기’처럼 행동 단위를 극도로 낮추면 뇌의 저항이 줄어듭니다. 시작만 되면 생각보다 쉽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스스로를 비난하는 태도는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미루는 행동 뒤에는 대부분 불안과 긴장이 숨어 있기 때문에, 이를 인정하고 구조를 바꾸는 것이 더 현실적인 해결책이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딴짓이 늘어났다면, 그것은 게으름이 아니라 당신이 그만큼 진지하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