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는 정책 제안은 단순한 의료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가 ‘질병’과 ‘복지’의 기준을 어디까지로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 제도는 국민이 매달 보험료를 모아, 생명이나 일상 유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질병과 사고 치료에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설계돼 있다. 암, 심장병, 당뇨병처럼 생명과 직결된 질환은 물론, 임신·출산, 예방접종, 장애인 보조기구 지원 등 사회적 보호가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건강보험은 ‘필수 의료’를 중심으로 한 사회적 안전망의 성격이 강하다.
이런 맥락에서 탈모는 오랫동안 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탈모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며, 외모 관리 또는 미용의 영역에 가깝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국내 탈모 인구는 약 1000만 명에 달하며, 특히 청년층 사이에서 취업·대인관계·사회생활에 미치는 심리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탈모로 인한 우울감, 자신감 저하, 사회적 위축을 호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탈모를 단순한 외모 문제가 아닌 ‘삶의 질’과 ‘사회적 생존’의 문제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일자리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외모가 평가 요소로 작용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탈모가 개인의 사회적 기회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탈모 치료 지원은 차별 완화와 정신 건강 보호 차원의 복지 정책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탈모 치료를 건강보험에 포함할 경우 최대 3조6000억 원에 이르는 재정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고령화와 의료 이용 증가로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탈모까지 포함하는 것이 과연 지속 가능한 선택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또 하나의 쟁점은 ‘치료’와 ‘미용’의 경계다. 탈모를 보험으로 지원하기 시작하면, 외모로 인한 스트레스를 이유로 한 다른 시술들—예를 들어 쌍꺼풀 수술이나 점 제거—도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어디까지를 질병 치료로 보고, 어디서부터를 개인의 선택적 미용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상태에서 정책을 추진할 경우, 기준이 흔들릴 위험이 있다.
결국 이 문제는 단순히 “탈모가 아프냐, 안 아프냐”의 문제가 아니다. 한정된 공적 재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건강보험이 신체적 생존만을 책임져야 하는지 아니면 정신적·사회적 삶의 질까지 포괄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치 판단의 문제다. 탈모 치료 전면 보험 적용보다는, 중증 탈모나 특정 의학적 원인이 명확한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지원하는 방식, 또는 정신 건강과 연계한 단계적 지원 방안 등 다양한 대안도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
정책은 공감만으로 결정될 수 없고, 숫자만으로도 결정될 수 없다. 사회적 공감대, 재정 지속 가능성, 의료 체계의 형평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는 이유다.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 논란은 결국 우리가 어떤 사회를 지향하는지, 그리고 공공의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로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시험대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