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제는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거예요. “GPU가 무대 위 스타라면, HBM은 무대를 움직이는 전원 스위치다.” 조금 과장처럼 들릴 수 있는데, 실제로 AI 서버가 커질수록 메모리의 비중이 계속 올라가고 있어요. 그래서 삼성 vs 하이닉스 경쟁도 단순한 점유율 싸움이 아니라, 고객 생태계와 공급 구조를 두고 벌이는 장기전으로 보는 게 맞습니다.
1) 현재 구도: 하이닉스가 HBM3E에서 먼저 치고 나간 이유
지금 시점에서 하이닉스가 강하다고 평가받는 포인트는 꽤 직관적입니다. HBM3E 양산과 공급 안정성에서 먼저 앞서 갔고, 그 결과 주요 고객의 신뢰를 빨리 확보했어요. HBM은 스펙이 좋아도 “일정대로 대량 공급”이 안 되면 의미가 약해집니다. 이 특성 때문에 하이닉스가 기술, 수율, 고객 레퍼런스를 한 번에 가져가면 시장에서는 그쪽으로 주문이 몰리는 경향이 생기죠.
여기에 엔비디아라는 초대형 수요처가 붙어 있습니다. 엔비디아 GPU가 많이 팔릴수록 HBM도 함께 늘어나고, GPU 세대가 바뀔수록 탑재량과 요구 성능이 높아지는 패턴이 반복돼요. 이런 흐름이 유지되면 하이닉스는 “강한 고객 기반 + 장기 계약”이라는 조합으로 상당한 협상력을 갖게 됩니다.
2) 삼성의 접근: HBM4로 승부를 옮기면서 포트폴리오를 재정렬
삼성은 지금 당장 HBM3E에서 정면승부를 무리하게 걸기보다는, HBM4에서 분위기를 바꾸려는 전략에 더 가까워 보여요. 여기서 중요한 건 ‘기술 한 방’이 아니라 제품 믹스를 어떻게 가져가느냐입니다. 삼성은 HBM만 들고 싸우기보다는 DDR5, LPDDR, GDDR 같은 범용 D램 라인업도 같이 운영하면서 수익성을 관리할 수 있는 여지가 큽니다.
즉, 삼성의 그림은 “HBM3E에서 손해 보며 따라가기”보다 “수익성 좋은 범용 D램을 받치고, HBM4에서 다시 신뢰를 회복한다”에 가깝습니다. 이 방식은 속도전에서는 답답해 보일 수 있지만, 사이클이 길어질수록 버티는 힘이 생기죠. 그리고 투자 관점에서는 이 ‘버티는 힘’이 은근히 무섭습니다.
3) 시장 축 이동: 엔비디아 GPU 중심에서 빅테크 TPU·ASIC 확대로
경쟁 구도가 재밌어지는 지점은 여기예요. 지금까지는 엔비디아 GPU 중심의 수요가 압도적으로 컸고, 그래서 하이닉스의 강점이 더 빛났습니다. 그런데 빅테크가 비용과 전력 효율을 이유로 자체 가속기(TPU, 트레이니엄, 각종 ASIC)를 확대하면, HBM 수요의 성격이 조금 달라질 수 있어요.
자체 칩은 “필요한 목적에 맞춰 최적화”하는 경우가 많아서, 공급망을 단일 업체에만 묶기보다는 분산하려는 움직임이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구간에서 삼성은 HBM4 타이밍에 맞춰 신규 고객 레퍼런스를 확보할 기회가 생깁니다. 특히 구글 TPU처럼 세대 전환 주기가 뚜렷한 고객은, 다음 세대에서 공급사를 바꿀 명분이 생기기 쉬운 편이에요.
4) 기술보다 더 큰 변수: 수율, 본딩, 로직다이, 패키징
HBM은 공정명(1a, 1b, 1c 같은 숫자)만 보고 판단하면 자주 헷갈립니다. 실전에서는 숫자보다 수율, 발열, 전력, 적층 본딩의 안정성이 더 중요해요. 게다가 HBM은 메모리만 잘 만들면 끝이 아니라, 로직다이 설계와 TSV, 본딩 품질, 테스트/패키징까지 묶여서 완성됩니다.
그래서 HBM4 구간에서는 “누가 스펙이 더 좋다”보다 “누가 고객 요구를 덜 흔들리게 맞춰주느냐”가 승부처가 되곤 해요. 고객이 설계 변경을 요구하거나 검증 기준을 강화하면 일정이 밀릴 수 있고, 이게 실제 공급 계약에 바로 영향을 줍니다. HBM은 출시 지연이 곧 점유율 지연으로 이어지는 시장이니까요.
5) 수익 모델 차이: 기술 우선 vs 수익성 우선
하이닉스는 지금까지의 흐름을 보면 기술 우선 전략을 꽤 강하게 밀어붙이는 쪽입니다. 선점 효과를 극대화해서 장기 계약으로 락인을 만들고, 이후에는 물량과 가격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려는 그림이죠. 반면 삼성은 라인업이 넓고 생산 여력도 큰 편이라, 수익성 중심으로 제품 믹스를 조정하면서 HBM4에서 재도약을 노리는 스타일에 가깝습니다.
둘 중 무엇이 더 낫다고 단정하긴 어려워요. 다만 시장이 GPU 중심으로 계속 간다면 하이닉스가 유리한 시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있고, 빅테크 자체 칩의 비중이 빠르게 커지면 삼성이 따라잡을 수 있는 창구가 넓어질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둘 다 일부는 성공하고, 일부는 부딪히면서 “이중 패권”처럼 흘러갈 가능성이 꽤 높습니다.
6) 리스크 체크: 기대만큼 단순하지 않은 포인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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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율 리스크: 공정 전환이 빠를수록 수율이 흔들릴 수 있고, 이는 원가와 일정에 바로 반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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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설계 리스크: 대형 고객의 요구로 로직다이/본딩 구조가 바뀌면, 검증이 길어지면서 공급 타이밍이 밀릴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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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집중도: 특정 고객 비중이 크면 협상력과 변동성 리스크가 같이 따라옵니다. 잘될 때는 강력하지만, 전략이 바뀌면 흔들릴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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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징·테스트 병목: HBM은 후공정 역량이 부족하면 생산능력 자체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7) 2025~2028 관전 포인트
이 구간에서 보는 재미는 “세대 교체가 한 번 더 온다”는 점이에요. HBM3E에서 하이닉스가 강하게 앞섰다면, HBM4에서는 고객 구성과 검증 결과에 따라 균열이 생길 여지가 있습니다. 삼성은 HBM4 레퍼런스를 확보하면 다시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고, 하이닉스는 기존 고객 기반과 공급 안정성으로 방어하면서 계속 우위를 유지하려 할 겁니다.
정리하면, 지금 당장은 하이닉스가 선두인 흐름이 자연스럽고, 삼성은 다음 세대에서 반격의 창을 노리는 구도예요. 그리고 시장 자체는 GPU 단독 시대에서 TPU·ASIC이 섞이는 방향으로 조금씩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한 회사가 완전히 독식”하기보다는, 용도와 고객군에 따라 공급이 나뉘는 장면이 더 그럴듯해 보여요. 결국 HBM 전쟁은 단거리 달리기라기보다, 체력전이 섞인 릴레이에 가깝습니다. 중간에 한 번 숨 고르는 구간도 꼭 나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