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에 포함된 비밀유지 조항(NDA, Non-Disclosure Agreement)은 근로자나 계약 상대방이 업무 과정에서 알게 된 회사의 영업비밀이나 내부 정보를 외부에 유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그러나 이 조항이 모든 정보 공개를 무조건적으로 금지하는 ‘절대 조항’은 아니라는 점을 먼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비밀유지 조항의 법적 한계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법 체계에서 비밀유지 조항은 공서양속과 강행법규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효력을 가진다. 즉, 계약서에 서명했다고 해서 헌법이나 법률이 보장하는 권리까지 포기한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특히 회사의 불법행위, 범죄 행위, 중대한 법 위반 사실을 외부에 알리는 행위는 일반적인 비밀유지 위반과는 성격이 다르다. 단순히 영업 전략이나 내부 자료를 경쟁사에 넘기는 행위와, 사회적 공익을 위한 신고는 법적으로 명확히 구분된다.
내부고발(공익신고)은 보호 대상
현행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회사나 조직 내부의 불법·부정행위를 신고한 사람을 보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경우, 비밀유지 조항보다 공익신고의 정당성이 우선된다.
- 회사의 범죄 행위(횡령, 배임, 탈세 등)
- 산업안전, 환경오염, 소비자 안전과 관련된 위법 사항
- 노동관계법, 개인정보보호법, 공정거래법 위반 등
이러한 사안을 수사기관, 감독기관, 국민권익위원회 등 적법한 경로를 통해 신고했다면, 회사가 “비밀유지 위반”을 이유로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것은 쉽지 않다. 실제 판례에서도 공익 목적의 신고는 정당행위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
그렇다고 해서 모든 정보 공개가 자동으로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
- 불법행위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정보까지 함께 공개한 경우
- 개인적인 감정이나 보복 목적이 강하게 드러나는 경우
- 언론·SNS에 무분별하게 내부 자료를 유출한 경우
- 허위 사실이거나 과장된 내용을 외부에 알린 경우
즉, ‘무엇을, 어디에, 어떻게’ 알리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가능하다면 내부 신고 절차 → 공적 기관 신고 → 법률 전문가 상담 순으로 접근하는 것이 안전하다.
계약서 문구보다 중요한 기준
법률적으로 볼 때, 비밀유지 조항은 회사의 합법적인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지, 불법행위를 은폐하기 위한 방패가 아니다. 계약서에 어떤 문구가 있더라도, 불법을 침묵으로 감싸야 할 의무까지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입장이다.
현실적인 조언
- 관련 자료는 임의로 복제·배포하지 말고, 최소한으로 확보할 것
- 신고 전 노무사·변호사 상담을 거칠 것
- 감정적인 대응보다 기록과 사실 중심으로 접근할 것
한 줄 요약
비밀유지 조항이 있어도 회사의 불법행위를 공익 목적으로 신고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위법이 아니며, 법적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방식과 범위는 신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