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는 동의의 기술이라 배워왔다. 문제는 동의가 사라진 시간대에도 성적 행동이 튀어나온다는 지점이다. 노르웨이 성인 표본 조사에서 평생 한 번 이상 수면 중 성적 행동을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이 10명 중 1명에 달했다는 수치는 단순한 호기심을 넘는다. 침실이 사적인 공간이라는 믿음이 무너질 때, 그 여파는 개인의 수치심을 넘어 사회적 책임 문제로 확장된다.
섹섬니아는 파라솜니아로 분류되는 수면 장애다. 외형상으로는 의도가 분명해 보이는 행위가 나타나지만, 당사자는 다음 날 기억을 잃는 경우가 잦다. 보고된 사례는 온건하지 않다. 반복적인 자위, 파트너에 대한 접촉, 성교 시도, 큰 성적 발성, 때로는 공격적으로 보이는 행동까지 포함된다. 깨어 있을 때의 윤리적 판단과 수면 중 자동행동이 충돌하는 순간이 여기서 발생한다.
문제는 이 현상이 숫자 몇 개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언론은 ‘의외로 흔하다’는 문장을 앞세우지만, 실제 연구들은 표본과 정의가 제각각이다. 온라인 설문 기반 연구와 임상 관찰 연구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한다. 유병률 수치가 강조될수록, 현상은 자극적인 소비 대상이 되고 본질은 흐려진다. 섹섬니아는 애초부터 논쟁적인 이름을 달고 등장했다.
원인은 단순하지 않다. 수면 부족이나 스트레스 같은 상투적인 요인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수면 중 각성을 잦게 만드는 질환, 특정 약물, 환경적 자극이 겹쳐 작동한다. 특히 일부 수면제는 잠을 깊게 만드는 동시에 행동 통제를 약화시키는 이중적 성격을 가진다. 약이 수면을 보장하는 대신, 수면의 경계를 허물 수 있다는 점은 환자에게도, 처방자에게도 불편한 진실이다.
치료 가능성은 분명 존재한다. 수면 환경 개선과 동반 질환 관리로 증상이 사라진 사례도 보고돼 왔다. 문제는 치료의 언어가 법정의 언어로 번역되는 순간이다. “기억이 없다”는 설명은 의학적 맥락에서는 단서가 될 수 있으나, 피해자에게는 책임 회피로 들린다. 현장 상담을 맡아온 한 담당자는 “상담실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말이 ‘내가 그런 사람은 아니다’라는 주장”이라고 전했다.
해외 법정에서는 이 충돌이 더욱 노골적이다. 섹섬니아 주장은 성범죄 재판에서 방어 논리로 제기돼 왔다. 법은 질환의 존재 자체보다 책임 능력과 재발 위험을 묻는다. 허술한 주장으로 빠져나가려는 시도를 차단해야 한다는 요구와, 실제 환자를 범죄자로만 취급할 경우 위험 관리가 불가능해진다는 우려가 맞선다. 어느 쪽도 깔끔한 해답을 내놓지 못한다.
논쟁이 커진 배경에는 판결의 비대칭성이 있다. 일부 사건에서 무죄 판단이 이어지자, ‘희귀 질환’이라는 표현이 사실상 면죄부처럼 소비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수면장애 진단은 병력, 검사 기록, 약물 사용 이력, 과거 사건수면 여부를 종합해야 한다. 재판 과정에서 이 복잡한 절차는 간명한 감정서 한 장으로 축약되기 쉽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의학적 소견이 스위치처럼 판결을 좌우하는 순간이 생긴다”고 말했다.
불편한 질문이 남는다. 섹섬니아를 충격적인 이야기로 소비하는 구조는 누구에게 이득인가. 클릭을 노리는 언론, 알리바이를 찾는 피고인, 부끄러움에 묻어두다 파국을 맞는 당사자, 검증 비용을 떠안는 사법 시스템이 한 프레임 안에 묶인다. 수면의학은 위험을 낮추기 위한 학문이지만, 대중 서사는 죄와 면책의 드라마로 단순화된다. 잠든 사이 벌어진 일이 기억에서 지워진다고 해서, 책임까지 사라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