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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10명 중 1명이 당뇨병·고혈압·고콜레스테롤혈증을 한 몸에 달고 산다는 수치가 나왔다. 20~30대 2.0%였던 ‘복합 만성질환’은 40~50대에서 17.3%로 뛰고, 60세 이상은 40.8%까지 치솟았다. 숫자는 무심하다. 몸이 무너지기 시작하는 시점이 ‘중년’이라는 말로 뭉개지는 순간, 그동안의 생활이 청구서로 돌아온다는 뜻이다.

문제는 원인으로 지목되는 식습관이 대단히 일상적이라는 점이다. 고지방 음식만 줄이면 된다는 식의 단순한 처방이 널리 퍼졌지만, 실제로 혈관을 흔드는 것은 ‘기름+탄수화물+염분’이 한 접시에 겹쳐지는 구조다. 흰쌀밥 중심의 식사, 면·빵·감자 같은 전분 위주의 간식, 소금에 절인 반찬, 고기를 굽는 조리 습관이 한 세트로 굳어 있다. 특별히 폭식하지 않아도 매일 같은 패턴이면 축적은 피할 수 없다. 짧게 말하면 흔한 식단이 위험한 식단이 됐다.

탄수화물 과잉의 함정은 ‘느끼지 못한다’는 데 있다. 기름진 음식은 죄책감이라도 만든다. 반면 밥 한 공기는 문화로 포장되고, 국수 한 그릇은 위로로 팔린다. 혈당과 중성지방은 이런 틈에서 조용히 오른다. 고중성지방혈증은 술이 아니라 탄수화물 과잉에서도 잘 생긴다. 뱃살이 늘고 당뇨병 전 단계에 접어든 순간, 콜레스테롤 문제는 ‘동반 옵션’처럼 따라붙는다. 병이 따로 오지 않는 이유가 식탁에 있었다.

운동 부족도 빠지지 않는 단골 원인이다. 그 표현이 너무 순해서 문제다. 한국의 40~60대는 ‘안 움직이는 사람’이라기보다 ‘의도적으로 움직일 시간이 제거된 사람’에 가깝다. 장시간 앉는 업무, 늦은 회식, 이동 시간을 잡아먹는 통근, 저녁엔 소파에 눕는 생활이 루틴이 됐다. 현장 보건 담당자 A씨는 “검진에서 경고가 떠도 약으로 버티려는 사람이 많다. 생활을 고칠 여지가 없다고 말한다”고 했다. 병을 키우는 방식이 개인의 의지 부족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식이섬유가 많은 채소·잡곡·해조류가 권장 식품으로 반복 등장하는 이유도 현실을 반영한다. 한국인의 식단은 섬유질이 ‘반찬의 조연’으로 밀려난 구조다. 흰쌀밥이 무대 중앙을 차지하고, 짠 반찬이 입맛을 부추기며, 단백질은 구워 먹는 방식으로 지방과 만나 폭발한다. 여기서 당과 소금은 ‘맛’이라는 명목으로 면죄부를 받는다. 짜게 먹는 사람은 줄었다고 하지만, 절임과 양념의 폭탄이 사라진 적은 없다. 숫자가 내려가도 위험이 남는 이유다.

체중 5% 감량만으로도 혈중 지질 수치가 좋아질 수 있다는 말은 희망처럼 들리지만, 동시에 불편한 현실을 드러낸다. 5%를 빼는 게 어려운 사회라는 사실이다. 하루 500kcal를 줄이면 일주일에 0.5kg 정도 감량을 기대할 수 있다는 계산은 맞다. 식품 광고와 배달 앱, 야근 문화, 술 중심의 인간관계가 그 계산을 매일 무너뜨린다. 업계 관계자는 “저당·저염을 내세운 제품도 결국 ‘더 자주 먹게’ 만드는 포장과 마케팅이 붙는다”고 말했다. 건강을 팔아 소비를 늘리는 모순이 시장에 깔려 있다.

중년의 혈관이 녹슨다는 표현은 자극적이지만, 더 자극적인 건 ‘누가 책임지는가’의 공백이다. 개인은 검진표로 혼나고, 의료 시스템은 약 처방으로 마감하며, 식품 산업은 선택의 자유를 내세운다. 그 사이에서 가장 값싼 탄수화물과 가장 쉽게 접근 가능한 짠 음식이 기본값으로 남는다. 고혈압·고혈당·고콜레스테롤은 생활병이라 불리지만, 생활을 이렇게 설계한 구조는 좀처럼 병으로 취급되지 않는다.

40대를 기점으로 숫자가 급증하는 이유를 ‘나이 탓’으로 치부하면 편하다. 그 편안함이 결국 보험료와 약값, 생산성 저하, 돌봄 부담으로 되돌아온다. 밥 한 공기, 국수 한 그릇, 술 한 잔이 모여 혈관을 깎아 먹는 시대다. 질문은 하나로 좁혀진다. 중년의 혈관이 망가지는 걸 개인에게만 떠넘긴 채, 이 식탁 구조를 앞으로도 유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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