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 스토리중에 렝가 스토리가 궁금해요~

1 답변

(620 포인트)
0 투표
상상해보라. 벽마다 빼곡하게 걸려 있는 두개골과 뿔, 발톱, 송곳니... 단순히 사슴이나 멧돼지의 것이 아니라 발로란에서 가장 강하고 난폭하다는 야수들의 흔적이다. 전리품 수집가인 렝가의 은신처는 이렇게 지금까지 모아 온 자랑스러운 수집품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렝가는 더 강하고 더 무서운 짐승들을 사냥하기 위해 오늘도 추적을 계속하고 있다. 한 번도 사냥에 실패한 적이 없을 것 같아 보이는 그지만, 사실은 딱 한 번 유일하게 쓰러뜨리지 못한 사냥감도 존재한다. 렝가는 그 강력한 괴물과 다시 맞닥뜨릴 바로 그 날을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사냥감을 해치울 때마다 늘 충분히 시간을 들여 싸움의 과정을 기억에 새기고, 희생물들의 신체적 특징을 하나하나 분석해보곤 하는 것도 이런 연유다.

렝가는 사냥꾼의 혼을 지닌 채 태어났다. 그는 아직 갓 난 사자 새끼일 때 무리에서 독립한 이상한 짐승이었다. 자신이 학살한 사냥감들의 두개골을 쌓아 경계를 확실히 표시한 그는 자신만의 영토를 소유하고, 홀로 지배하겠노라고 선언했다. 그렇게 하면 욕망을 조금이나마 제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렝가에겐 이 땅의 절대적인 군주가 된다는 것조차 사냥의 갈증을 풀어줄 수는 없었다. 그 어떤 야수도 이미 그의 도전 의식을 충족시켜주지 못했고 렝가는 격에 맞는 상대를 찾지 못한 채 사냥꾼으로서의 면모를 점차 잃어가고 있었다. 더 이상 무엇을 경험해도 가슴이 떨리지 않을 때 우리가 절망하는 것처럼. 렝가에게 있어 사냥의 전율을 더 이상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그에게 깊은 절망감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역시 세상은 넓고, 그 어떤 절망에도 끝이 있는 법. 렝가는 그 '괴물'과 마주쳤다.

놈의 습성은 충격 그 자체였으며, 이 생경한 괴물의 외형은 세상의 그 어떤 생명체와도 달라 보였다. 괴물은 거대한 낫 같은 발톱을 휘두르며 자기 앞에 발을 잘못 들인 동물들을 죄다 먹어치웠다. 도전할만한 상대를 맞닥뜨렸다는 기쁨에 도취된 렝가는 성급하게 매복 공격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 괴물은 이전에 만났던 사냥감들과 차원이 달랐다. 둘은 처절한 전투 끝에 치유할 수 없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이날 한쪽 눈을 잃어버린 렝가는 자존심에도 큰 상처를 입었다. 내가 후퇴를 하다니... 목숨도 끊어놓지 못하고, 오히려 한심하게 상처나 입고! 그렇게 며칠 동안이나 렝가는 삶과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다. 몸은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는데, 정작 마음 깊은 곳에서는 희미한 기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 제대로 된 사냥감이 아직도 남아 있다니! 렝가는 마음을 급하게 먹지 않았다. 괴물을 처치하는 기쁨을 좀 더 오래 아껴두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은신처 안 가장 넓은 벽에 자리를 비워두고, 지금껏 모아 온 전리품들의 한복판에 놈의 두개골을 걸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약한 자를 먹이로 삼는 건 생존을 위한 일이지. 하지만 강한 놈을 먹이로 삼을 땐 삶의 희열을 누릴 수 있다.''
-- 렝가
add
...